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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꿀풀의 이름을 얻어 쓴 제비꿀

 

꿀풀

Prunella vulgaris var. lilacina Nakai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

5~6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전초를 약용(황달, 안질환, 두통 등).

한국 (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하고초(夏枯草), 가지골나무, 꿀방망이, 붉은꿀풀

 

 

 

제비꿀

Thesium chinense Turcz.

 

산이나 들의 풀밭에 나는 단향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반기생식물.

5~6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꿀풀의 대용으로 사용)

[이명] 하고초(夏枯草), 제비꿀풀

 

 

 

 

 

 

꿀풀은 꽃의 밑동에 꿀을 가지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 풀은 여름이 오면 마르기 때문에 하고초(夏枯草)라고도 하며,

고려 때는 연밀(燕蜜)이라는 이두향명으로 불리었고,

조선시대에는 ‘져비’나 ‘제비꿀’로 불리다 지금의 꿀풀로 되었다.

 

그런데 지금 제비꿀로 불리는 식물은 꿀풀과 전혀 다른 식물이다.

제비꿀은 단향과의 식물로서, 단향은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제비꿀 외에는 단향과의 식물이 없으니

제비꿀은 그의 고향과 친지를 멀리 떠나온 외톨이 식물이다.

 

(꿀풀은 여름이 되면 말라서 夏枯草라고도 부른다. 6월 30일 촬영한 사진)

 

꿀풀과 전혀 다른 식물이 꿀풀의 옛 이름을 가진 것도 기이하지만,

‘하고초’라는 별명까지도 같으니 그 내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꿀풀과 제비꿀은 양지바른 풀밭에서 사는 점이 같고,

5월에서 6월 사이에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나

제비꿀이 꿀풀보다 조금 일찍 피고 더 오래 피는 듯하다.

 

옛 기록에는 꿀풀이 황달, 두통 등 여러 증세에 약효가 있는데,

제비꿀도 꿀풀과 같은 효과가 있어 꿀풀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꿀풀과 제비꿀의 이름이 서로 섞이지 않았을까

짐작은 되지만 더 자세한 내력은 알 길이 없다.

 

제비꿀의 내력을 더듬다보면 옛 일이 한 가지 떠오른다.

국민학교 1학년 때, 학교 다녀오던 길이었다. 

동네 우물가에서 큰집 고모가 꾀죄죄한 낯선 계집아이를 목욕시키고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식 서넛을 데리고 다니며 유랑 걸식하던 사람이

동네에서 먹고 사는 형편이 괜찮은 집에 주고 간 아이였다.

 

(제비꿀)

 

아이를 맡긴 부모는 아이의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고,

다시는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을 테니

그 집안 성씨로 이름을 지어 호적에도 올려주고

무슨 일을 시켜도 좋으니 밥만 먹여 주라고 부탁했단다.

동네에 그런 아이들이 두어 집 건너 하나씩 있었다.

 

꿀풀의 옛 이름을 얻어 쓰고 있는 제비꿀을 보면

가난했던 시대의 옛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예닐곱 살 된 자식과 그렇게 생이별했던 시대를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2012. 11. 11 꽃이야기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