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금혼초
Hypochaeris radicata L.
목초지에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잎은 로제트형으로 땅에 퍼진다.
5~6월에 개화하나 꽃대를 자르면 11월까지 계속 꽃을 피운다.
유럽 원산, 한국(제주, 호남 및 충남 서해안 지역)에 귀화.
*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에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명] 개민들레, 민들레아재비
제주도하면 노란 유채꽃이 있는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언제부터인가 제주도에 유채꽃에 이어 또 하나의 노란 꽃밭이 생겼다.
바로 목장의 풀밭에 자리 잡은 서양금혼초 군락이다.
유럽 원산인 이 식물은 사료작물에 묻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도의 대부분 목초지에 번져서 골칫거리가 된 풀이다.
이 식물은 없애려고 할수록 더욱 많이 번지는 괴물이다.
잎이 땅바닥에 달라붙어서 예초기로 쳐내도 도마뱀 꼬리처럼
꽃대만 잘려나가고 며칠 후에 더 많은 꽃대를 밀어 올린다.
더욱 놀랄 일은 목이 잘려 땅에 뒹구는 씨방도 계속 여물어서
바람에 솜털달린 씨앗을 날리니 이것이 괴물이 아닐 수 없다.
내버려두면 봄 한 철만 꽃 피우고 말 것을, 없애고자하면
가을까지 계속 더 많은 꽃을 피우도록 돕는 셈이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이 풀을 자주 깎아주는 지역에서는
자연 상태의 초지보다 밀도가 더 높다고 한다.
이 식물의 특성과 퇴치방법을 연구한 학자들의 논문을 보면
-아직까지는 누구도 마땅한 퇴치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뿌리와 꽃에서 다른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화학성분을 분비하고
잎은 거칠고 독성이 있어서 가축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한다.
물리적, 화학적 무기와 강인한 생명력을 두루 갖춘 잡초인 셈이다.
어떤 학자는 '퇴치불능의 잡초'라고 불렀지만,
나는 이 별명에 공감하지 않는다.
‘잡초’라는 이름은 인간과의 싸움을 이겨낸 명예로운 훈장이기에
인간에 의해 사라지는 식물은 진정한 잡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이 괴물에게도 약점이 있는 것이다.
이 식물은 목초지처럼 키가 낮은 풀밭에서는 왕성하게 번지지만
자연 상태의 풀섶과 숲 속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듯 보기가 힘들다.
신은 어떤 피조물에게도 절대 강자의 지위를 주지 않은 것이다.
어떤 사람도 모든 것을 잘 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늘 겸손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2009. 7. 꽃이야기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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