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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2. 5. 4 (금) 경북 영덕일대 낙동정맥 탐사

 

 

내가 고향을 찾은 것은 이 노랑무늬붓꽃의 군락을 보기 위해서 였다.

서울에서 이런 저런 일과, 속초와 청태산을 들러 오느라 5일이나 늦게 왔더니,

수백 송이 중에서 겨우 몇 포기만 남아 있었다.

 

 

노랑무늬붓꽃을 포기하고... 마음 비우고 산자락을 탐사하기로 했다.

이 산은 낙동 정맥이라 산 능선이 해발 900~1000미터에 달하는 곳이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큰구슬붕이가 반겨 맞아준다.

 

 

노루삼이 제철이다. 꼭 화장실 변기솔처럼 생긴 녀석이다.

이 아이들은 밀집해서 살지 않지만 비탈에 띄엄띄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노루가 껑충껑충 뛰는 걸음 만큼 떨어져서 나기 때문에 노루삼인가?

뿌리를 파보니... 조그만 인삼처럼 생기다가...이내 잔뿌리들로 흩어져버린다.

노루는 이걸 인삼처럼 먹었다는 말일까?

 

 

 

당개치치 군락을 만났다. 산기슭에 매우 습한 땅에 무리지어 산다.

이 '당' 이 단 것을 의미하는 당인지 몰라서 줄기와 뿌리를 씹어보았더니

약간 달작지근한 맛이 나는 듯 하다.

그렇다면..'당(달다) + 개(가짜) + 지치'의 합성어로 봐야되나?

 

 

삿갓나물도 피기 시작했다...이 삿갓나물은 정말 제대로된 삿갓나물이다.

축처진 모습이 오랜 방랑끝에 지친 김삿갓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 말이다.

 

 

홀아비꽃대는 절정을 살짝 넘기고 있고...

오월, 신록의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아름답다.

 

 

낙동정맥의 정상부근에서 만난 꽃, 인터넷에 물어보니 '죽단화'라고 한다.

죽단화가 국명이고, 다른 이름으로 겹황매화, 죽도화 등으로도 불린다.

 

 

도시의 화단에서 본 듯한 풀을 깊고 높은 산에서, 그것도 군락으로 만나다니...감회가 새롭다.

모든 원예종들이 그렇듯이..너 또한 태생은 야생이었구나...

 

 

더욱 반가운 것! 중국패모다. 좋은 약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 약재로 재배되던 식물이라고 한다.

필시 수십년 전에 누군가 이 높은 산에서 약초로 재배하다가 야화된 것이 틀림 없다.

고향집으로 돌아와 집안 어른들께 물어보니 옛날에 그곳에 약초를 길렀다고 한다.

지금도 차에서 내려 한 시간 이상 땀흘리며 올라가야 하는 그 높은 산에 농사를 지었다니...

 

 

무슨 제비꽃인지...늘 어렵다.

 

 

해발 1000 미터나 되는 산 등성이에 큰 무덤이 두 기나 있었다.

관리도 잘 되어있는 걸 보면... 조상 섬기기를 잘 하는 집안 같다.

 

 

산을 내려와서 또 당개지치의 군락을 만났다. 이곳은 약간 낮은 곳이라 훨씬 개화상태가 좋았다.

 

 

시간이 약간 남아서... 다른 골짜기를 살짝 들여다 보니...

아직 지지 않은 노랑무늬붓꽃이 방긋 웃고 있었다.

 

 

미나리냉이가 제철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