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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2. 2. 27, 28 거문도 꽃나들이 (2)

 

 

거문도 등대를 나서면 저 멀리 서도의 북쪽 끝이 보인다.

눈짐작으로는 4킬로미터 쯤 되어보이는데 막상 걸어보면 만만치 않은 거리다.

택시비 15,000원 아끼려고 걷기 시작했는데...실제 거리는 6킬로미터가 넘는다.

다행히도 그 마을에 가는 분이 차를 태워주어서 한 시간 반만 걷고 한 시간 정도 걷는 거리는 절약했다.

녹산등대 가는 길에 인어상이 있다. 거문도에도 인어가 사는가보다.

 

 

 

마을 뒤를 지나 녹산등대로 가는 길에 수선화 군락을 만났다.

누군가 무덤가에 심어놓은 것이 이렇게 군락을 이룬 듯하다.

 

 

녹산등대는 거문도 북쪽 끝의 무인 등대다.

등대까지 정찰을 했지만 이곳 외에 수선화는 없었다.

이곳은 수십년 전까지는 동백나무 숲이었는데...당시 어린 아이 셋이서 고구마를 구워먹다가 큰 산불로 번졌다.

아이들은 겁을 먹고 그날 여수로 나가는 배를 타고 도망쳤다.

불을 다 끄고 나서야 이 동네 사람들이 아이 셋이 없어진 걸 알았고, 산불도 그 아이들이 낸 것을 알게 되었다.

전화위복이라고... 그 때 모두 불이탄 숲이 지금은 풀밭이 되어서 거문도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관광지가 되었다.

 

 

금잔옥대(金盞玉帶)!!

옥으로 만든 잔받침 위의 금잔이라고 불리는 거문도의 수선화...

이 아름다운 꽃은 우리나라에 거문도 밖에 없다.

이 꽃은 어디에서 왔을까??


 

 

금잔옥대의 수선화 무리가 서서히 노을빛에 물들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녹산등대는 무인등대다.

 

 

지금 거문도에는 숭어떼가 득실거린다.

어선 두 척이 숭어떼를 몰고 있다.

 

 

검은도... 거문도에 검은 저녁이 왔지만...

거문도의 바다는 고기잡이로 수선거린다.

 

 

어선 두척이 숭어떼를 몰아 그물에 가둔다.

그물 안은 숭어떼들로 또 수선거린다.

거문도에서는 숭어회를 맛볼 수가 없다.

너무 싸서 식당에서 팔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날이 흐려서 꽃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거문도 세 개의 섬 가운데 있는 섬 고도에는 영국군 묘지가 있다.

1885년 조선이 나라 구실을 못하던 시절에,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영국 해군이 무단으로 점령한 역사의 흔적이다.

 

 

그 당시 거문도 주민들과 영국 해군이 찍은 사진이다.

묘지 옆 스텐 판에 새겨진 사진이다.

 

 

130년 전 사람들이다.

 

 

내가 이곳을 찾은 까닭은 우리나라에 단 한 군데만 자라는 특별한 모양의 거문도의 수선화가

혹시 130년 전에 이곳을 점령했던 영국해군의 군함에서 굴러나온 뿌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묘지를 최근에 깨끗하게 단장한 탓에 그 어떤 역사의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왜 여기 잠들었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이다.

 

 

이번 거문도 여행에서 얻은 사진은 영 시원찮다.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밖에....

거문도의 역사와 이곳에 피는 꽃이 전하는 의미를 알아야

사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