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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푸른 바다 검은 바위에 피는 노란 꽃, 암대극

 

암대극(巖大戟)

Euphorbia jolkini Boiss.

 

바닷가의 암석지대에 자라는 대극과 대극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80cm. 5월 개화. 잔 모양 꽃차례(杯狀花序)로 핀다.

한국(제주, 전남, 경남), 타이완,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갯바위대극, 바위버들옻, 바위대극, 갯대극.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 부른다.

제주는 또한 파랗고, 검고, 노란 삼색도(三色島)이다.

하늘과 바다는 푸르고도 깊다.

땅에는 검은 바위, 검은 돌, 검은 흙 뿐이다.

그곳을 봄부터 가을까지 온통 노란 꽃이 뒤덮는다.

 

봄이 제주도에 첫발을 살포시 디디면

섬은 온통 노란 유채꽃 나라가 된다.

봄이 무르익으면 바닷가에서도 노란색 잔치가 벌어진다.

바닷가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틈새를 비집고

노란연두색의 암대극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암대극과 때를 맞추어 풀밭에는 미나리아재비와

벌노랑이, 서양금혼초들이 이 섬을 노랗게 물들인다.

그 누가 이 섬에 온통 노란 꽃을 피우라고 시켰을까?

아니면 이들이 언제부터 스스로 노란 꽃이 된 것일까?

푸른 바다와 검은 바위에서 제일 드러나는 것이

노란색 꽃임을 그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나는 이런 대자연의 섭리에 놀랄 때마다

‘종의 기원’ 의 대미에 남긴 다윈의 말이 떠오른다.

 

‘생명은 그 여러 가지 능력과 함께 맨 처음에 조물주에 의해

근소한 것, 혹은 단 하나의 형태로 불어넣어졌으며,

그리고 이 행성이 확고한 중력 법칙에 따라 회전하는 동안에

그토록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극히 경탄할 무한의 형태가 산출되고,

지금도 산출되고 있다는 이 견해 속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암대극을 찍던 날 비바람이 몰아쳤다. 원색의 잉크처럼 푸른 바다를 찍으러 다시 가야한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가 회전하는 동안에

저마다 ‘스스로 그렇게’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인간 역시 그러한 대자연사의 산물이므로

자연 속에서 비로소 평안을 찾으며,

감사와 행복, 경건함을 느낀다.

 

푸른 바다 검은 바위에 핀 노란 암대극 꽃을 보며

대자연의 섭리와 그 오묘한 질서에 경탄한다.

 

2012. 1. 17. 꽃이야기 33.

 

 

 

 

* 배상화서(胚狀花序)

꽃대와 몇 개의 꽃받침잎이 변형하여 잔 모양으로 된 꽃차례.

대극과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복잡하고 특별한 모양의 꽃차례다.

그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하나의 줄기 끝에 잎이 둥그렇게 둘러나서 1차로 큰 잔 모양을 만들고,

그 큰 잔에서 다섯 개의 작은 줄기를 뻗어서 작은 잔 모양을 만든다.

5개의 작은 잔마다 한 개의 암꽃(암술 한 개)이 먼저 핀 다음에,

서너 개의 수꽃(수술 한 개)이 피는 복잡한 꽃의 구조로서,

대극속의 여러 종마다 조금씩 크기와 모양, 숫자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