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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하나부사야’로 창씨개명된 금강초롱꽃

 

 

 

금강초롱꽃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

 

높은 산에 나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90cm.

잎이 4~5장이 근접하여 어긋나므로 돌려나기 잎처럼 보인다.

8~9월 개화. 한국(중부 및 북부의 높은 산) 특산식물.

[이명] 화방초(花房草, 초대 일본공사 하나부사의 한자 표기)

 

 

 

 

 

 

금강초롱꽃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종이다.

‘금강초롱’이란 이름은 1902년에 일본의 식물연구원 우치야마가

금강산에서 최초로 채집한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그 후 나카이가 1909년에 ‘Symphyandra asiatica Nakai’라는 학명을 붙여,

신종(新種)이자 한반도 고유식물로 국제식물학회에 등록하였다.

처음에는 기존의 초롱꽃과 식물인 ‘Symphyandra’속으로 분류하였으나

2년 후인 1911년에 속명을 ‘Hanabusaya’로 바꾸어 발표하였다.

 

속명을 바꾼 까닭은, 초대 조선(朝鮮)공사를 지낸 ‘하나부사(花房)’가

나카이를 조선의 식물조사 책임자로 임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무명 식물학도였던 그가 한반도 식물의 권위자로서 뿐만 아니라

일약 대식물학자로 출세하게 된 데 대한 보은(報恩)으로 짐작이 된다.

그래서 금강초롱꽃을 일본에서는 ‘하나부사소(花房草)’라고 부른다.

나카이가 금강초롱꽃을 국제식물학회에 등록했던 1909년에 석사학위를,

속명을 바꾼 1911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단순한 우연 같지는 않다.

 

 

이러한 언짢은 역사 때문이었는 지 북한에서는 1976년에

‘Hanabusaya’의 속명을 금강사니아(Keumkangsania)로 바꾸었다.

즉 금강초롱꽃의 북한식 학명은 ‘Keumkangsania asiatica(Nakai) Kim’이다.

북한 식물학계의 자각과 역사의식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지만,

선취권을 중시하는 국제식물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땅에만 자라는 우리의 꽃이 강제로 창씨개명을 당해서

남의 나라 이름으로 국제식물호적에 오른 지 10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우리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제하에서 신음하던 우리나라를

‘일찍이 아시아의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로 예찬하면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라.’고 그의 안타까운 기도를 바쳤다.

그의 기원처럼 민족적 각성과 더불어 그 정기를 되살려야

이 작은 풀꽃의 이름 하나라도 바로잡을 힘이 생길 것이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늘 금강초롱꽃에게 미안하다.

이 민족이 한 세기가 넘는 수난과 반목의 역사를 끝내고

형제가 다시 손잡고 민족정기를 초롱초롱 되살리는 날,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날이 오면,

삼천리 방방곡곡이 청사초롱에 불 밝히고,

금강산, 설악산 금강초롱이 얼싸안고 춤을 추리라.

 

2011. 11. 7. 꽃이야기 8

 

 

 

 

 

 

 

 

초롱꽃

Campanula punctata Lam.

 

산과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80cm.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6~7월 개화. 관상용,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