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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5. 16 (월) 안면도 태안일대 탐사.

남해안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하루만에 가기가 무리가 되어서

안면도와 태안반도 일대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했다.

 

 

안면도의 새우난초들은 딱 좋은 시기가 되었다.

예전처럼 풍성한 군락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새우난초 찍는 것은 포기하고 나오려는데...

이게 무슨 둥글레더라? 예전에는 잘 알았었는데.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것이 용둥굴레던가?

 

 

녹화 새우난초를 찍으러 다른 군락지를 찾았더니 단 한 개체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지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남채를 예방하려고 녹화새우는 꽃대를 다 잘랐다고 한다.

그것이 자기만 보고 다른 사람을 못보게하려는 이기심을 위장하는 자기합리화일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희귀한 녀석들이 오래 자연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남들이 다 열광하는 녹화새우난초보다도 이 뻐꾹채를 만난 것이 몇 배나 더 반가왔다.

 

 

뻐꾸기가 우는 계절에 뻐꾸기 앞가슴을 닮은 꽃을 피워 뻐꾹채일까?

 

 

도마뱀 한 마리가 내 생각이 맞다고 한다.

 

 

때맞추어 바닷물도 사리에 만조고, 바람도 자고, 역광에...

키다리 뻐꾹채 사진을 찍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별로 아름다운 축에도 못들고 멋들어지지도 않지만...

이 멀대같은 꽃으로 치면 이보다 더 기대해 볼 무엇이 없다.

내가 여행 중 담은 사진 중에 가장 귀한 사진이 될 것 같다.

 

 

오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전에 받은 문자 내용이다.

"오늘 저녁 학암포 오토캠핑장에서 뵙겠습니다."

"저녁과 주무실 곳을 준비하겠습니다."

내가 현역시절에 아끼던 부하가... 한 달 전에 내가 말한 여행일정을 기억하고는

여행 마지막 밤을 축하해주러  오는 것이다.

나도 까맣게 잊고 오늘 저녁 잠잘 곳을 걱정하던 차에...

 

 

내 긴 여정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장엄한 낙조와 함께 끝을 맺었다.

 

 

이곳에 차린 진수성찬이다. 저쪽에 침대 두 개도 깔아놓았다.

 

 

한우 생고기 숫불구이에 키조개구이에 ....

밤이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름다운 추억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