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계속되어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었지만
운동삼아 수리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 열흘 전 쯤 이곳에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문을 듣고 왔을 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카메라를 꺼내보지도 못한 곳이다.
오늘은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 가야겠다고 꽃들을 살펴보니.....
한 보름 동안 수백 명의 모델이 되어주느라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열흘 전보다 개체 수가 약간 줄어든 듯 하였지만
제법 구도가 될만한 것이 하나 있었다.
누가 손을 본 흔적이 없는 완전 자연 그대로의 모델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이 꽃 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갔으리라.
사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오후에 바람이 세게 분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는데...
계곡이라서 그런지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멋지게 흔들어 줄만한 바람이 불지는 않았다.
그냥 오기가 아쉬워서 그 골짜기의 마지막 꽃 뒷모습을 담으려는데
고맙게도 착한 등에 한 마리가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
아래 골짜기에 노루귀가 많다는 소문을 듣고 갔더니 그곳에도 변산바람꽃이 몇 개체 있었다.
위 사진의 변산바람꽃을 찍다가 자세히 보니...
그 앞에 고물고물 올라오는 노루귀 새싹이 나도 좀 찍어달라고 보챈다.
이 골짜기에는 드물게 꿩의바람꽃도 보인다.
우아한 장미빛 꽃이다.
이 노루귀는 그럴듯한 모델인데, 지금 그늘 속에 있고
배경이 오히려 훤하다. 빛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그늘이 지나가고 꽃에 빛이 들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된다.
살다보면 그늘이 질 때도 볕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노루귀가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내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이심전심일 것이다.
오후가 되자 움츠렸던 노루귀들이 조금씩 꽃을 열기 시작했다.
수리산의 동쪽인 안양에서 나와서 군포 쪽에서 수리산 남쪽으로 들어갔다.
닷새 전 길가 무덤에 할미꽃이 스무 포기 정도 싹을 틔운 걸 봤는데
오늘 딱 한 송이 피었다. 그나마 고마운 녀석이다.
다른 할미꽃들은 이랬다.
넉넉잡아 일주일 후면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 교수님이 전화 할 것이다.
'할미꽃이 멋지게 피었어요. 할미꽃 찍으러 오세요'라고....
솜나물도 닷새 전보다는 조금 더 자란 듯하다.
늦은 시각이 아닌데도 꽃샘추위 탓인지 꽃을 활짝 열고 있는 꽃이 거의 없었다.
할미꽃도 볼 겸 한 일주일 후에나 다시 와 봐야 겠다.
아직 수리산의 서쪽, 안산 쪽에는 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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