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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9. 4,5 벌초 다녀오는 길

 

 

나의 조상님들은 경상도 동쪽 바닷가에 잠들어 계시는데

나는 전라도 서쪽 바닷가 동네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향땅까지 7시간.... 고속도로를 다섯 시간이나 달려 겨우 한적한 지방도로로 들어섰다.

 

 

고속도로를 벗어났다는 단순한 해방감에 길 옆 아무 곳에나 차를 대었더니....

활나물들이 활기차게 살고 있었다. 나는 차안에서 활기를 잃고 축 늘어졌는데..

 

 

망초와 돌콩의 앙상블이다....남들이 '앙상블'이라고 하니 뭔 말인지도 모르고 쓰지만

영어에서 결합체, 집합의 의미인 'Assembly'라는 단어의 불어식 발음이 아닐까 싶다.

 

 

풀밭에 기생여뀌도 피고 있었다.

꽃은 붉고 달콤한 향기가 나며 털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있어서 착착 달라붙는다.

이름 한 번 그럴듯하게 지었다.

 

 

별로 찍거리가 없어서 돼지풀이라도 담아본다.

불과 10분간 차밖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폭염이었다. 벌초할 일이 끔찍하다.

 

 

한 시간을 더 달려 바닷가에 도착했다. 전라도에서 출발한 지 여섯시간이 넘었다.

바닷가에 피는 무릇은 내륙에 피는 무릇보다 키가 작고 꽃이 촘촘한 듯....뭔가 느낌이 달리 보인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전까지 벌초를 하느라 전신이 피곤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거대한 소나기 구름을 보다. 어딘가 시원하게 쏟아 붓겠다.

온 몸이 곤죽이 되어서 돌아오는 길엔 어디 들러서 사진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구를 지나 88 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구로 돌아오는 차들은 거창까지 자그마치 70 ~ 80 길로미터는 늘어선 것 같다.

저분들은 오늘 밤 중으로 대구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나는 반대 방향으로 너무 잘 달려서 미안하다.

 

 

거창휴게소 풀밭에서 잠시 쉬었다.

별 것이 없어서.... 금강아지 한 마리 잡고

 

 

어수룩한 어수린지... 구릿대인지, 궁궁인지 하여간 평생 헷갈리게 하는 녀석도 보고...

 

 

나래가막사리에 노을빛이 내려 앉았다.

벌초길은 아무래도 벌 받고 오는 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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