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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8. 30 (월) 퇴근길

 

 

요즘 퇴근길 소득이 영 시원찮다.

흐리고 비가오는 날이 많아서 갈 수 있는 곳과 꽃이 핀 것이 제한되는 탓이다.

지난 주에 찍어온 개발나물이 물개발나물인지 확인하려고 다시 찾았다.

 

 

어떤 도감에 보니 갈라진 잎이  7~17 장이면 개발나물이고

6~7 장이면 물개발나물이라고 써 있었다.

이것은 많이 달린 잎이 11~13 장 정도 되니까 개발나물인가보다.

 

 

개발나물을 찍는 사이에 바로 옆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어린 방아개비가 거미줄에 걸렸는데, 순식간에 거미가 달려들어 거미줄로 돌돌말아버린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거미는 잽싸게 줄 중심으로 도망가서 시침을 뚝 떼고 있다.

'나는 절대로 어린 방아개비에게 몹쓸 짓을 하지 않았어요...'

어린 방아개비는 버둥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아무래도 먹이를 빼앗길 것 같은 불안감에 다시 거미가 다가왔다.

나는 거미를 쫓아버리고 어린 방아개비를 119처럼 구출해서 거미줄을 풀어줬지만.....

이미 숨을 거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요즘 여우팥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풀섶을 노랗게 수놓고 있다.

 

 

비수리가 피기 시작했다.

동네 노인 한 분이 다가와 은근히 유식을 뽐낸다.

"이것이 야관문이라고 하는 거여.... 이걸로 술을 담가놓고  한 잔씩 마시믄 밤에 문을 잘 들어간다고...."

짐짓 모르는체 하면서 "무슨 문을 잘 들어간다고요??"

 

 

"아 그 문도 몰러? 이것이 천연 비아그라란 말이시....."

(시골 노인이 아는 것도 많네...ㅎㅎㅎ)

"그럼 아자씨는 이 야관문 덕 좀 보시고 계시는가요?"

"  .........( 멋적음)........ "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70년은 족히 쓴 연장이...)

 

 

 아직도 동네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로 미루어 보면

말이 그렇지 별로 효험이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꿀풀과의 층층이꽃이다.

이름으로는 마편초과의 층꽃풀(층꽃나무)과 혼동하기 쉽고

모양은 같은 꿀풀과 층층이꽃속의 탑꽃, 애기탑꽃과 닮아서 헷갈리는 풀이다.

 

또 먹구름이 몰려오고 먼 산이 흐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