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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7. 12 (월) 나의 야생화 동산

 

 

나의 사무실 뒷동산에는 천 평 정도 되는 풀밭이 있어서

철따라 갖가지 들꽃들이 피고 진다.

한 10년 전 골프를 무척 좋아했던 나의 한참 전임자가 

잔디밭을 만들어 틈틈이 골프 연습을 했던 곳이었다.

골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곳을 한 삼 년 그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온갖 꽃들이 풍성하게 자라게 된 것이다.

 

 

점심 후에 간단한 산책을 하며 들꽃을 보고 즐기는 풀밭이었지만

다른 사람들 이목도 있고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었다.

작년 5월에 엉겅퀴와 서양금혼초가 장관을 이루었던 때에 딱 한 번 찍은걸 빼고는....

모처럼 장마 사이에 날씨도 그리 덥지 않아서 오랫만에 산책을 했더니,

의외로 담아두고 싶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카메라를 가지고 풀밭에 갔다.

한 삼년 전만해도 불과 몇몇 개체 풀밭 구석에서 보이던 진퍼리 까치수영이

멋대로 버려둔 풀밭 한 가운데 수백 개체가 군락을 이루어 장관이었다.

이정도면 어느 원예화 못지 않은 화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모델이 너무 많아도 그림이 안된다.

이래도 탈, 저래도 탈....

솜씨가 없는 사람은 탈도 많다.

 

 

비록 퇴근시간이 지나서지만

모처럼 사무실 뒤에서 체면불구하고 사진 찍는데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이 구중중하누?

 

 

내 딱한 사정을 아는지....

팔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서

심심한 그림에 점정을 해준다.

 

 

도깨비사초라지 아마?

가느다란 줄기에 무거운 도깨비 방망이를 달고 있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온갖 풀들속에 얼기설기 섞여있는 것을

겨우 추스려내어 얻은 사진이다.

 

 

내가 삼년 동안 버려둔 잔디밭이 이렇게 대견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 진퍼리까치수영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면

그곳은 잔디가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건조한 땅이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