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덩굴에 비내리는 날을 학수고대 해왔었다.
마침 오전 중으로 호우경보가 내려서 우장을 단단히 하고 나갔다.
그래도 쏟아붓듯이 비가 내릴 때는 차안에서 잠시 피하고...
꽤나 여러 시간 빗 속에서 많이도 찍어 댔다.
그런데.... 퍼붓듯이 내리는 빗속에서 수 백장을 찍어대었건만...
왜 빗줄기는 종을 울리지 않는 걸까?
오후 두 시가 되자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더 이상 그럴싸한 그림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다음 행선지는 가는잎우산나물이다.
빗줄기는 거의 이슬비 정도로 가늘어져 사진에 잘 잡히지 않는다.
우산이 번거로와서 내려놓았다.
사실은 우산을 놓은 곳이 제대로 꽃 핀 멋진 군락이 있는 자리인데
오전에 내린 폭우로 폭격을 맞은 듯이 쑥밭이 되어버려서 우산으로 가린 것이다.
가는잎우산나물에 노랑애기나방이 꼼짝 않고 앉아있다.
카메라를 의식해서 도망가고 싶어도 날개가 마르지 않아서 뜻대로 안된다.
그래서 이 나방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건드려봐도) 죽은척 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죽은 줄 알고 열심히 찍고 있었는데 잠시 날개를 파르르 떨더니 날아가 버렸다.
별건 아니지만....
누구인가 뼈만 남기고 알뜰히 잘도 발라먹었다.
땅나리 군락에 노랑땅나리가 피었다.
하루종일 비를 맞은 탓에 헤어스타일이 다 구겨지고...
꽃술도 서로 달라붙어버렸다.
이건 비오는 날 씨름할 꽃이 아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계요등도 피었다.
어떤 원로 국어학자분은 문법적으로는 '계뇨등'이 맞다고 하셨다.
'비뇨기과'를 '비요기과'로 부르지 않듯이...
오늘은 별로 찍거리가 없어서 이런 것도 다 대접받는 날이다.
저녁 무렵이 되니 노랑원추리가 피기 시작한다.
저녁에 피어 밤나방을 불러들여야 하기 때문에 꽃 색이 유난히 밝다.
그래서 저녁원추리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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