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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6. 10 (목) 퇴근 길

 

 

퇴근하자말자 옷을 갈아입고 노루발 밭으로 갔다.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잠깐씩 햇살이 들어왔다.

수백 포기의 매화노루발풀이 반겨 맞아 주었다.

 

 

모기약을 여러번 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기가 달려든다.

평균 5번은 모기에 쏘여야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다.

참 댓가가 비싼 사진들이다.

 

 

저 솔방울은 누가 가져다 놓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꽃과 어울린다.

매화노루발에게 퉁명스럽게 시비를 건다.

'여기는 우리 땅인디 왜 여기서 폼 잡는겨?'

 

 

이 모델은 어제도 찍었었는데...

빛이 없어서 아쉬움이 많았던 녀석이다.

 

 

흰꽃은 햇살이 너무 좋아도 .... 묘사하기가 힘들다.

이래도 탈 저래도 탈, 선무당이 장구 나무란다고....

 

 

대체로 소나무 숲에는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이 소나무 숲 아래는 노루발, 매화노루발만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식물들은 사진으로 찍어내면 배경이 깨끗하다.

소나무의 타감작용을 이겨내는 노루발풀들에게는

소나무밭이야말로 경쟁자가 없는 지상 낙원인 셈이다.

 

 

노루발풀도 풍성하게 많이도 피고 있다.

이 녀석도 어제는 빛 부족으로 잘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노루발풀은 아래도 삐져나온 긴 암술이 특징이다.

그것이 노루발을 닮았기 때문에 노루발풀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아래를 향한 꽃에서 꿀을 채취하려면 이 긴 암술대를 붙잡고 바둥거려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충분히 묻혀가도록 하는 것이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암술대를 부여잡고 버둥거리는 벌을 잡을 수 있었다.

벌이 잘 생기지 못해서 약간은 불만스럽고,

불과 1,2초 상간이라 촛점을 정확하게 맞추지도 못했다.

제대로 잡아낼 때까지 재도전 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