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주변의 큰키나무

굴피나무의 수난과 굴욕

 

굴피나무       가래나무과

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

 

중부 이남에 분포하며 남쪽 지방으로 갈수록 더 많이 볼 수 있다.

10m 높이까지 자라며 잎은 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이 7쌍 정도이다.

암수한그루로 6월에 긴 수꽃차례와 짧은 양성꽃차례가 달린다.

    

 

 

 

굴피나무는 가을에 작은 솔방울 같은 열매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여름의 초입에서 소나무순을 닮은 노란 꽃을 보고도 굴피나무인줄 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요즈음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학자들은 과거에 번성했던 굴피나무의 쇠락에 대해 의아해하면서

기후나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막연하게 추측할 따름이다.

 

고분이나 유적을 발굴하면 굴피나무 관이나 배들이 많이 출토된다고 한다.

굴피나무로 만든 왕의 관도 발굴되었고 청해진의 장보고 기지에서는

 비자나무와 함께 굴피나무로 목책을 둘렀다고 한다.

더욱이 이 유물이나 유적들은 수백 년 묵은 거목들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오늘날은 이렇게 오래된 굴피나무는 몇몇 지역에만 겨우 남아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를 함부로 벨 수 없는 시대가 이미 반세기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굴피나무가 번성하지 못하는 까닭은 다른 나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침 예전에 TV 뉴스로 보도된 자료를 볼 수 있어서 한 가지 원인은 짐작이 되었다.

춘천 남쪽 좌방산 산책로 주변의 수십 년 된 굴피나무 수백 그루가 껍질이 벗겨져

말라죽어가고 있으며 인테리어 업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이 껍질이 고급 인테리어 재료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보통 노트북 크기의 껍질이 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여간 비싼 것이 아니다.

 

게다가 굴피나무라는 이름에 대한 오해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강원도 산간에서 굴참나무의 껍질로 지붕을 올린 집을 굴피집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굴피나무의 껍질로 잘못 알고 벗겨다 비슷한 용도로 쓰는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간 예전에는 굴피나무의 껍질에는 독성이 있어서

이 껍질을 직접 물에 풀거나 그물을 염색하여 고기를 잡는데 썼다고 한다.

 

이런 저런 내력을 더듬다보니  그 이름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굴피나무의 수난은 대체로 수피의 쓸모 때문에 연유한 것이 아닌가.

피복이 벗겨지는 굴욕과 수난을 당해서 굴피나무인가 싶은 것이다.

 

2018.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