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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가을에 피는 꽃

돼지풀간의 끝나지 않은 전쟁

 

 

 

돼지풀

Ambrosia artemisiifolia L.

 

들에 나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0~120cm.

전체에 솜털이 많으며 잎은 새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8~9월 개화. 고초열(枯草熱)을 일으키는 풀이다.

북아메리카 원산. 한국에 귀화.

[이명] 두두러기풀, 쑥잎풀

 

 

 

 

 

단풍잎돼지풀

Ambrosia trifida L.

 

돼지풀에 비해 키가 크고 (100~150cm)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단풍잎 모양이다.

자생환경, 개화시기 및 생태가 돼지풀과 같다.

[이명] 세잎돼지풀, 큰돼지풀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의 돼지풀이 살고 있다.

하나는 그냥 ‘돼지풀’이고 다른 하나는

잎이 단풍잎을 닮아서 ‘단풍잎돼지풀’이라고 한다.

두 식물 모두 북아메리카 원산의 외래종으로 추정되는데

인체에 해로운 꽃가루를 날리며 지나치게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DMZ 생태연구가인 함광복 선생이 쓴 돼지풀 이야기는

너무 재미가 있어서 요약해 옮겨 보았다.

 

1980년대 초에 한 일간지에서 DMZ일대에 돼지풀이 자라고 있으며,

남부지방에서도 발견된다고 보도한 것이 돼지풀에 대한 첫 기록이다.

휴전선일대의 병사들이 작전을 위하여 이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 날은

피부에 모두 두드러기가 돋아 ‘두드러기 쑥’이라고 불렀다.

돼지풀이라는 이름은 영어이름 ‘Hog-Weed'의 직역이다.

돼지풀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추정되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만주 일대에도 자라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돼지풀은 중공군의 상해농구화에 묻어 만주로부터 우리나라에 왔고

단풍잎돼지풀은 미군의 워커에 묻어서 일본을 거쳐 상륙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끝나고 그들의 숙주인 중공군과 미군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군화에 묻어온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DMZ에 남아

아직도 치열한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

 

(하늘공원에서 몇 년째 치열한 영역다툼을 하고 있는 단풍잎돼지풀(왼쪽)과 돼지풀(오른쪽))

 

‘돼지풀’이 만주에서 중공군의 농구화에 묻어왔다고 한 것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한 픽션일 수도 있겠지만,

이 두 가지의 돼지풀이 서부 전선의 비무장지대와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유난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지역을 차로 지나가노라면 산자락과 들에 보이는 것이

거의 이 돼지풀들이고 그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하니

차에서 내려 이런저런 들꽃을 찾는 재미가 별로 없다.

 

외래식물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는 하늘공원의 한 구석에서도

이 두 돼지풀이 몇 년 동안이나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적자생존의 냉혹한 법칙이 지배하는 생태계에서는

가까운 종들 간의 싸움이 가장 처절하다.

그것은 카인과 아벨의 비극과 비슷하다.

 

 

2013. 9. 13. 꽃 이야기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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