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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높은 산에서 불 밝히는 등대시호

 

 

 

등대시호

Bupleurum euphorbioides Nakai

 

높은 산에 나는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서나 높은 산의

강한 바람 때문에 10cm 이상 자라는 경우가 드물다.

7~8월 개화. 한국,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등때시호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우리나라의 아주 높은 산들을,

그것도 산마다 대여섯 번씩은 올라가 보았다.

등대시호처럼 높은 산에만 피는 꽃들의 유혹 때문이었다.

 

등대시호는 '등대'를 닮은 ‘시호’의 한 종류라는 뜻이다.

여기서의 등대(燈臺)는 뱃길을 밝히는 등대가 아니라,

다섯 개 정도의 등잔을 올려놓는 등잔대를 의미한다.

이 꽃은 모양이 삼국시대의 토기등잔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꽃의 색깔까지도 눈부신 노란색이라서 불을 밝힌 듯하다.

 

‘시호’는 옛날에 호(胡)씨라는 사람의 아들이 온몸을 떨고

땀을 비 오듯이 쏟아내는 병에 걸렸을 때, 불쏘시개로 쓰던

이 풀의 뿌리를 먹고 아들이 낫자, 불쏘시개라는 뜻의 섶 '시'(柴)와

자신의 성인 '호'(胡)를 붙여 ‘시호’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설악산의 등대시호. 네귀쓴풀, 둥근이질풀 등과 어우러져 핀다.)

 

다산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2월령에도

시호를 포함해서 귀에 익은 약초의 이름들이 여럿 등장한다.

 

본초를 상고하야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기록하야 때 미처 캐어두소

촌가에 기구없어 값진 약 쓰올소냐

 

여기 나오는 식물의 이름 일곱 가지는 곧 약재의 이름이고,

이 중에 다섯 가지는 지금도 국가표준식물명으로 쓰고 있다.

이 가사에는 부친 다산을 닮아 어떻게 하면 백성들의

곤궁한 삶에 도움이 될까하는 그의 마음이 절절이 배어있다.

 

지금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호는

해열, 진통, 항염증, 면역증가 등의 효과가 있어서

오늘날 많이 쓰이는 아스피린의 약효와 비슷하다.

 

나에게는 약재인 시호보다 등대시호가 보약이다.

무슨 까닭인지 해마다 보아도 다시 보고 싶어

그 높은 산들을 거듭 오르니 보약이 따로 없다.

 

 

2013. 8. 31. 꽃 이야기 306.

 

 

 

 

 

 

시호

Bupleurum falcatum L.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40~70cm.

전체에 털이 없고 단단하며 뿌리는 굵고 짧다.

8~9월 개화. 뿌리를 약용하며, 재배하기도 한다.

한국 등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한다.

[이명] 큰일시호

 

 

 

 

 

 

개시호

Bupleurum longeradiatum Turcz.

 

높은 산의 그늘이나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30cm.

잎의 밑 부분이 귓불 모양으로 원줄기를 감싼다. (시호와 차이)

7~8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