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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위대한 미치광이들

 

미치광이풀

Scopolia japonica Maxim.

 

깊은 산의 계곡 주변에 나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전체에 털이 없으며 연하다. 4~5월 개화.

뿌리와 잎을 약용한다. (진통제와 아트로핀의 원료)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광대작약, 낭탕, 독뿌리풀, 미친풀 등.

 

 

 

 

 

‘미치광이풀’이라는 고약한 이름의 풀이 있다.

이 풀을 잘 못 먹으면 미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까닭 없이 이 풀을 먹어서 미칠 리가 없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풀의 뿌리에는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서

예로부터 각종 신경계통의 질환에 약재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귀동냥으로 이 풀의 약효를 어설프게 안 사람이

처방을 과하게 해서 그 뒤탈이 꽤나 많았을 법하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신경작용제의 공격을 받았을 때

아트로핀 주사로 응급조치를 하는 것을 배웠을 테고,

세 번 이상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주의도 받았을 것이다.

미치광이풀의 뿌리에는 이 아트로핀 성분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사용하면 발작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미치광이는 옛날에는 주로 정신병자를 지칭했지만,

'매니어'라는 말이 자랑스럽게 쓰이는 요즈음에는

완전히 몰입한다는 좋은 의미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정신의 불균형한 쏠림 현상은 같은데,

전자는 파괴적이고 무가치한 일에 집착을 보이는 증세이고

후자는 창조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집중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생전에는 ‘미치광이’로 불린 천재들이 많았다.

고흐 같은 화가는 사후에라도 그 위대함을 평가 받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지은 루드비히 2세는

지금도 여전히 미치광이 왕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는 19세기 말, 독일 남부에 위치한 작은 공국의 왕이었다.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국고를 탕진해가면서

그 음악에 걸맞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을 지었다.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고, 왕은 그것을 견디지 못했는지

어느 날 성 앞의 그림 같은 호수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그가 세운 백조의 성은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되었고

수많은 동화의 무대가 되어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준다.

그리고 독일 최고의 관광명소가 된 그 지방의 주민들은

세계에서 끊임없이 찾아드는 관광객 덕에 풍요롭게 살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가 제대로 미쳐야만  세기적 걸작이 탄생한다.

 

나도 들꽃에 제대로 미쳐보려고 이 풀을 뜯어먹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

 

 2013. 4. 30.

꽃 이야기 248.

(루드비히 왕이 지은 노이슈반슈타인 성(백조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