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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우리나라에는 '괭이눈'이 없다?

 

 

금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sphaerospermum H. Hara

 

숲속 바위틈에 나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cm 가량.

잎은 마주나며, 꽃이 필 무렵에 꽃 주위의 잎이 노랗게 변한다.

4~5월 개화. 다른 괭이눈들에 비해서 노란색이 짙고 강하다.

한국 특산식물. [이명] 제주괭이눈, 한라산괭이눈, 힌괭이눈

 

 

 

 

 

괭이눈은 이른 봄에 노랗고 작은 꽃들을 피운다.

작은 꽃 여러 개를 모아 피워도 멀리서는 보이지 않아서,

꽃 주위에 잎들까지 노랗게 변해서 커다란 꽃처럼 보이게 한다.

이들은 어두운 갈색 계곡에서 고양이의 눈처럼 노랗게 빛난다.

 

이런 정경에서는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라는 이장희(李章熙)의 유명한 시구가

‘노오란 괭이눈 앞에 눈 녹은 봄의 물길이 흐르도다’가 되어도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이 없다고들 한다.

분류학적으로 말하자면 ‘괭이눈’은 수술이 4개인데,

우리나라에 사는 괭이눈들은 거의 수술이 8개라고 한다.

나 역시 수술이 4개인 '괭이눈'은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그러니까 ‘괭이눈’은 특정 식물의 이름이기는 하지만,

무슨 괭이눈이라고 부르는 식물들의 집합명사로 많이 쓰이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표준 식물 목록에는 11가지나 되는 괭이눈이 있다.

이들의 면면과 설명들을 훑어보니 여간 공부해서는 알 것 같지도 않고,

학자들마다 견해 차이가 많아서 그냥 '괭이눈'정도로만 알기로 했다.

그래도 누가 보더라도 형태의 차이가 뚜렷한 ‘애기괭이눈’이나

‘선괭이눈’, 노란색이 눈부신 '금괭이눈'은 가끔 아는 척하기는 한다. 

 

어쨌거나 이런 '괭이눈'들의 씨앗을 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괭이눈들은 보통 4~5월에 꽃을 피우고 5~6월 무렵에

작은 술잔에 씨앗이 담겨 있는 모양으로 결실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비가 내리면, 빗방울이 작은 술잔에 떨어져서

그 씨앗들이 튕겨 나가는 희한한 방법으로 종자를 퍼뜨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물줄기를 따라 씨앗을 멀리 보낼 수 있고

물기가 마르지 않은 땅에 정착할 가능성도 높을 듯하다.

 

괭이눈을 보노라면 '묘심(描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묘심’, 즉 ‘고양이의 마음’은 사회학자인 최재석 선생이 한 말로,

고양이의 마음은 호기심, 자존심, 고독을 즐기는 마음이며,

그는 ‘학문을 하려는 사람은 모름지기 묘심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애기괭이눈의 씨앗이 여문 모습) 

이런 묘심을 본받으려는 정성이 모자라니,

나는 괭이눈들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른다.

 

 

2011. 3. 11.   꽃 이야기 224.

 

 

 

 

선괭이눈

Chrysosplenium pseudofauriei H.Lev.

 

산지의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cm 가량.

전체에 털이 없고 잎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5월 개화. 다른 괭이눈들에 비해 꽃 주변의 잎이 크고

노란색이 맑은 편이어서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애기괭이눈

Chrysosplenium flagelliferum F.Schmidt

 

계곡의 습한 바위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긴 털이 약간 난고, 줄기 끝 부분에 잎이 뭉쳐난다.

4~5월 개화. 다른 괭이눈과 달리 개화시에 주변의 잎이

같이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소형이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지방,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덩굴괭이눈, 애기괭이눈풀

 

 

 

 

흰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fulvum (N.Terracc.) H. Hara

 

산의 습한 땅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9cm.

줄기에 흰 털이 밀생한다. 4~5월 개화.

한국 (중부 이남) 특산 식물이다.

[이명] 큰괭이눈, 흰털괭이눈, 힌괭이눈

 

 

 

 

 

 

산괭이눈

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

 

응달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15cm.

꽃이 진 다음 지면 가까이 길이 2~3mm의 육아(肉芽)가

달린다. 4~5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괭이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