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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눈녹은 산과 계곡

정육면체 모양의 꽃, 延福草

 

연복초

Adoxa moschatellina L.

 

산자락 아래 볕이 잘 드는 계곡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연복초과는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이다. 높이 8~17cm.

4~5월 개화. 줄기 끝에 5 송이가 서로 직각방향으로 핀다.

한국 및 북반구 온대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련복초(북한명)

 

 

 

 

 

 

수천 가지의 꽃이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연복초의 꽃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이 꽃은 정육면체인데 옆면에 네 개,

윗면에 한 개, 합해서 모두 다섯 개의 꽃을 달고 있고,

아래쪽 한 면은 꽃줄기가 들어가는 방향이므로 꽃이 없다.

그중에 4개의 꽃은 서로 등을 맞대고 동서남북을 보고 핀다.

그리고 꽃 한 송이는 위에 얹혀서 하늘을 향한다.

 

이 다섯 개의 꽃들은 서로 직각을 이루며 피는 셈이다.

이 꽃에서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옆을 보고 피는 꽃 4 개는

꽃잎이 다섯 장, 수술이 열 개, 암술머리가 다섯 개인데 비해서

위에서 하늘을 보고 피는 꽃 한 송이는

꽃잎이 네 장, 수술이 여덟 개, 암술머리가 네 개로 갈라진다.

 

(연복초는 복수초가 진 다음에 연이어 피는 꽃이라는 뜻의 이름이지만 별로 신뢰할 수 없는 유래설이다.

복수초(오른쪽)가 진 다음에 연복초(왼쪽, 개화 직전)가 피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희귀한 경우이다. ) 

 

이 꽃은 복수초가 진 다음에 연이어 피는 꽃이라서

 延福草라고 부른다는 유래설이 있지만 그 근거가 빈약하다.

다섯 개의 꽃이 연달아 붙어 있는 이 특별한 꽃 모양을 볼 때,

북한 이름인 ‘련복초’(連福草)가 오히려 의미가 있다.

음양오행 사상의 영향 때문인지 동양인들은 5라는 숫자에 여러 가지 좋은 의미를 부여한다.

다섯 개의 꽃이 한 꽃차례를 이루는 이 꽃을 중국에서는 오복초(五福草)라고 부르며,

북한명 련복초는 그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五福’은 중국의 고전인 『書經』에 나오는 말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이다.

그 첫째는 수(壽), 오래오래 살아서 천수(天壽)를 다하는 것이고,

둘째는 부(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모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물이고,

셋째는 강녕(康寧),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것이며,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평안하게 사는 것이고,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 죽음에 임해 편안하게 삶을 마치는 일이다.

 

 

書經에 나오는 五福은 결코 행운이나 횡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결과로서 개연성이 크다.

연복초라는 이름은 복수초에 이어서 핀다는 평범한 의미보다는,

인과응보의 연장선상에 ‘복(福)’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덕담을 하지만

그 속에는 ‘똑바로 살아라’는 괘씸한 주문이 들어 있다.

 

 

2013. 2. 24.  꽃 이야기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