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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풀꽃처럼 작은 나무

신의 야심작 성널수국

















성널수국

Hydrangea liukiuensis Nakai


한라산 성널오름 일대의 계곡에 자라는 수국과의 갈잎떨기나무.

5월 하순부터 지름 5cm 정도의 꽃차례에 자잘한 꽃들이 핀다.

3~4개의 꽃받침 조각으로 된 장식화는 꽃차례와 떨어져 달린다




 

 

 

성널수국은 성판악으로 더 잘 알려진 성널오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성판악에서 시작하여 동남쪽으로 흐르는 서중천 중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야생의 수국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고 개체수도 적어서 만나기가 어렵다.

산수국처럼 신비로운 빛을 띠지도 않고 등수국처럼 풍성하게 꽃 피우지 않으나

애호가들이 오매불망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



성널수국은 무릎높이 정도에서 줄기가 옆으로 휘면서 자잘한 꽃들이 핀다.

녹색의 잎은 작고 갸름하며 가장자리의 결각과 잎맥이 뚜렷하고 깔끔하다.

연두빛을 살짝 머금은 하얀 꽃에는 열 개의 수술과 세 개의 암술이 자리 잡고,

크고 하얀 꽃받침으로된 헛꽃이 드문드문 달리면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다른 수국들과는 달리 이 헛꽃은 꽃술이 있으므로 장식화라는 이름이 적절하다

 

장식화가 많이 달리는 해가 가끔 있지만 보통은 기껏 서너 개가 달린다.

장식화가 많이 달리면 휘늘어진 줄기에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모습이 되므로, 

내심 풍성하게 달리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행운이다.

비록 적게 달려도 그런대로 조촐하고 소박한 기품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어떤 시인은 수선화를 '신의 창작집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이라고 했지만,

시인이 한번이라도 성널수국을 보았더라면 또 어떤 찬사를 바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성널수국의 완성도에 비하면 수선화는 스케치나 습작 정도다.

성널수국은 그 간결함에 녹아든 정교함에다 균형 잡힌 자태의 멋이 있고,

흰색과 녹색의 담백한 색상대비에 작은 꽃과 장식화의 기막힌 조화까지

신의 연인에게 바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불후의 야심작인 듯하다.

 

2018.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