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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3. 5. 9. (목) 동네 뒷동산 탐사

 

 오랜만에 찾은 뒷동산 호젓한 골짜기...

깊은 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꿩의다리아재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00여 개체 중에서 10% 정도 개화했다.

한 달 동안 계속 피고 지겠지만 한 닷새 후가 가장 아름다울 때일 듯하다.

 

 이와 같이 꽃이 어여쁘다.

매자나무과의 풀꽃 네 가지는 모두 한 인물 하는 처자들이다.

깽깽이풀, 한계령풀, 삼지구엽초, 그리고 이 꿩의다리아재비가 같은 가문이다.

미모로 보자면 명문이다.

 

 군락이 아주 좋다.

 

큰애기나리와 애기나리도 절정이었다.

단정한 모범생 같은 꽃...

 

 조촐하다고 해야 하나 청초하다고 해야하나...

 

 선밀나물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무덤 가엔 애기풀들이 좋았다.

 

흰조개나물이 눈에 띄었다.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는 가문의 무덤인가보다.

조개나물까지 다 상복을 입혀 놓았으니....

 

 애기풀은 무덤과 함께 다시 찍어야 한다.

가렴주구를 피해 산속에 살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피어난 꽃이 애기풀이지 싶다.

'가렴주구'의 가혹할 '苛'는 애기풀의 한자 표기이기 때문이다.

 

 뻐꾹채가 14포기 올라왔다. 그 중 하나가 성급하게 꽃을 피웠다.

한 열흘 후면 대부분 꽃을 볼 수 있을 듯하였다.

일기예보보다 이른 시각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작년에 모가지가 댕겅댕겅 잘린 채로 버려졌던 꽃이 꽃을 피운 것이다.

올해도 누군가 먼저 와서 이렇게 참수를 해버릴까 염려가 앞선다.

 

묘지의 은방울꽃이 한 200만 포기가 될는지 알 수 없으나..

그 중 5%가 꽃대를 올렸고 0.1% 가 꽃을 피운 듯하다. 

칠천 개의 무덤 중에서 꽃을 피운 오직 한 무덤...

이 무덤의 주인은 마음이 봄처럼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그 옛날 푸르던 시절 ...

영화 '초원의 빛'이 생각나게 하는 꽃

 

 빗줄기 잦아도... 찍고 싶은 것은 찍어야지...

 

 들현호색은 남도에만 사는 줄 알았더니.. 동네에도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었다.

 

드물지만 몇몇 무덤에는 긴병꽃풀이 자라고 있었다.

빈술병풀인가? 꽃잎이 목마른 듯... 봄비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