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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에 처한 헛개나무

헛개나무        Hovenia dulcis Thunb.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높이 15m 정도 자라는 갈매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6~7월에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7mm 정도의 꽃이 취산꽃차례로 핀다.

열매는 지름 8mm 정도의 구형으로 꽃차례 전체가 육질화 되어 단맛이 난다.

 

 

 

 

옛날 중국 오나라의 육손(陸遜)은 여몽을 도와 촉의 명장 관우를 사로잡은 뛰어난 장수였다.

명장 육손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넷 째 아들 육기(陸璣)는 학문의 길을 갔다.

육기는 동식물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한 모시초목조수충어소(毛詩草木鳥獸蟲魚疏)라는

방대한 박물지(博物誌)를 저술했으며 고전에는 종종 육씨(陸氏)로 등장한다.

육기는 그의 책에서 헛개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헛개나무는 여러 곳에 흔하고 나뭇가지는 곧지 않다.

8~9월에 열매가 익는데 강남의 것이 맛이 좋아 나무꿀(木蜜)이라고 한다.

술맛을 해치므로 그 나무로 기둥을 세우면 집안의 술이 모두 싱겁게 된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저술한 본초강목에도 열매는 숙취를 덜게 하고

간을 보호해주는 약효가 있다. 나무 조각을 술독에 넣으면 술이 물로 된다는 구절이 있다.

주자(朱子) 역시 헛개나무는 술에 취한 것을 풀어주며, 사람이 사는 집에 이 나무가 있으면

술을 빚어 만들 수 없다고 서술한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이 나무는 주취 해소에 탁월한 나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헌에는 헛개나무의 숙취 해소 기능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없다.

중국 고서들의 기록이 과장되었는지 중국 헛개와 국내의 종이 다른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에 두주불사했던 내 경험으로는 헛개나무 음료에서 전혀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튼 중국의 고전들에서 발단이 되었음직한 헛개의 약효는 술 권하는 사회대한민국에서

그렇지 않아도 귀하던 헛개나무를 함부로 베어지게 해서 지금은 사실상 멸종상태에 이르렀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Pen is mightier than sword.)라는 서양 격언은 동식물들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어쩌면 헛개나무와 같은 식물들에게는 오히려 더 치명적으로 적중한 듯도 하다.

 

헛개나무에는 홋개나무, 호리깨나무 같은 우리말 이명들이 있으나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헛개나무는 한자로 구() 또는 지구(枳枸)라고 쓰는데 개 구()자와 비슷하다.

억지스럽지만 진짜 개가 아닌 나무 개여서 헛개가 되지는 않았을까도 추측해본다.